와인은 감정과 기억을 담는 특별한 음료입니다. 마신 순간의 분위기, 함께한 사람, 음식, 향기까지 모두 한 병의 와인에 저장되곤 하죠. 그래서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이 점점 관심 갖는 것이 바로 ‘와인 다이어리’입니다. 단순히 어떤 와인을 마셨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, 내 취향을 찾아가고, 기억을 저장하고, 더 나아가 나만의 와인 취향 노트를 완성하는 과정입니다. 오늘은 와인을 기록하기 시작하는 당신을 위한 첫 번째 다이어리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.
1. 첫 기록, 와인을 마신 순간의 감정부터 적어보세요
와인 다이어리를 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“무엇을 써야 할까?”입니다. 많은 사람들이 와인의 종류, 생산국, 품종 등 기술적인 정보를 먼저 떠올리지만, 사실 와인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‘그때의 나의 감정’입니다. 따라서 첫 번째 다이어리는 아주 단순하게 시작해도 좋습니다. “오늘 어떤 기분이었는지”, “이 와인을 마시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”를 중심으로 적어보세요. 예를 들어, “비 오는 저녁 혼자 마신 레드 와인 한 잔. 향이 깊어서 마치 누군가에게 안기는 느낌이었다.” 같은 문장도 충분합니다. 이처럼 개인적인 느낌을 담은 기록은 시간이 지나 다시 읽었을 때도 생생한 기억을 소환해줍니다. 꼭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. 일상의 어느 순간, 편의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와인 한 병이 뜻밖의 위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. 그런 작은 순간까지도 다이어리에 담아두면, 당신의 와인 세계는 점점 더 풍성해집니다.
2. 기본 정보와 함께 나만의 평가 항목을 만들어보세요
감정과 경험을 적는 것이 익숙해졌다면, 이제 와인의 기본 정보도 함께 기록해보세요. 이름, 생산국, 품종, 빈티지(생산 연도), 가격 등은 나중에 다시 찾아볼 때 유용한 정보가 됩니다. 와인 라벨 사진을 찍어 붙이거나, 빈 병의 라벨을 스크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. 여기에 ‘나만의 평가 항목’을 만들어보면 더욱 재밌고 유익한 기록이 됩니다. 예를 들면, 다음과 같은 항목을 추천합니다: - 향 ★★★★★ (예: 베리향이 강하고 플로럴한 느낌) - 맛 ★★★★☆ (예: 부드럽고 산미는 적당, 달콤한 끝맛) - 바디감 ★★★☆☆ (예: 라이트~미디엄) - 음식 페어링: 치즈, 초콜릿과 잘 어울림 - 재구매 의사: YES / NO 이렇게 별점이나 간단한 코멘트를 넣어 기록하면 나중에 ‘내가 좋아하는 와인의 스타일’이 자연스럽게 파악됩니다. 이는 와인 선택의 실수를 줄이고, 점점 더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만나는 길이 되어줍니다.
3. 다이어리 꾸미기 – 내 감성으로 만드는 와인 기록
와인 다이어리는 단순한 기록장을 넘어 하나의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. 예쁜 노트에 손글씨로 정리하거나, 사진과 스티커, 마스킹 테이프 등을 활용해 나만의 감성으로 꾸며보세요. ‘글쓰기’와 ‘기록’이라는 행위에 창의적인 꾸밈 요소가 더해지면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이 두 배가 됩니다. 요즘은 전용 와인 저널이나 앱도 많지만, 직접 쓰는 아날로그 다이어리는 더 감각적이고 깊은 몰입감을 줍니다. 특히 와인을 마신 장소, 함께한 사람, 날씨까지 적어두면 더 섬세한 기억의 조각이 됩니다. 그리고 그 위에 오늘의 기분을 요약하는 한 문장, 혹은 그날 들었던 음악을 적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. 예를 들어, “BGM: 이소라 - 바람이 분다 / 기분: 나에게 집중하는 조용한 밤”처럼요. 이런 디테일은 단순한 와인 기록을 넘어서 ‘삶의 조각’을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. 꾸미는 것이 부담된다면, 간단한 마크나 색펜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.
와인을 기록하는 일은 단순한 메모가 아닙니다. 그것은 나의 감정, 취향, 순간을 차곡차곡 저장하는 소중한 작업입니다. 첫 다이어리는 서툴러도 괜찮습니다. 중요한 건 ‘기록하려는 마음’이며, 그 자체로 이미 당신은 와인을 더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. 오늘 마신 한 잔의 와인, 그 안에 담긴 향과 기분을 글로 옮겨보세요.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펼쳐보았을 때, 그 다이어리는 당신만의 향기로운 기록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. 나를 위한 작은 루틴, 나만의 와인 다이어리.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 보세요.